내가 가는 여행

[중국 서안여행] 중여동과 함께한 3박4일 서안자유여행 2부

Fool On Hill 2017. 1. 31. 12:03



함께 동행한 중여동 회원들과 둘째날 일정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했다.

첫날은 가이드가 동행한 맛보기 일정이었다고 한다면, 둘째날부터는 본격적인 자유여행이다.

화산 등정을 하려는 사람들이 몇 명 있었는데, 마침 이날은 새벽부터 비가 왔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낮에 해가 뜬다는데 그냥 가야지...

아니야 새벽에 비가 왔다면 길이 미끄러워 위험할꺼야...


어짜피 자유여행이고 동행도 자유인지라 각자 갈길을 갔지만, 대부분 진시황릉-병마용갱-화청지를 선택했다.

그러나, 처음 떠난 중국 여행에서 나는 겁없이 나홀로 병마용갱-섬서성역사박물관을 선택했다.

그렇다. 중국말 한마디 할줄 모르는 내가 혼자서 여행지를 찾아다녀야 한다.


아침 8시 숙소를 출발해서 지하철을 타고 도착한 서안기차역


모든 관광지는 이곳을 거쳐 간다고 할 만큼 서안역 근처에는 온갖 관광버스가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2일차부터는 그야말로 서바이벌 모드라 한가하게 사진이나 찍고 다닐 시간이 없다.

미리 준비한 정보를 살피고, 표지판을 찾고, 행인에게 길을 묻느라...


에휴~ 사진을 별로 못찍었네.


우여곡절 끝에 버스를 타고 도착한 병마용 매표소 입구


병마용 관광지 건물 배치표이다.


동선은 단순하다. 병마용 박물관에 들러 연혁이나 발굴과정, 역사적 의의 등을 확인 한 후,

3호갱, 2호갱, 1호갱 순서로 방문하면 된다. 왜 역순으로 가야 할까?

그이유는 2-3호갱은 규모도 작고 아직 발굴과정에 있어 1호갱을 먼저 보면 2-3호갱에는 별감흥이 없다고 한다.


병마용 관광지 입장권


입장료는 무려 120위안! 2만원이 넘는 금액이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이것은 비수기의 금액이라는 거~ 

성수기(3월~11월)에는 150위안이나 받는다.



진시황 병마용 박물관







네마리의 말 - 실제 발굴 당시의 사진


마부상 - 실제 발굴당시의 사진


발굴 당시의 사진과 일화 등이 신문 기사로 스크랩 되어 있다.


초기 발굴 과정의 사진과 최초로 발견한 농부 상징물을 같이 전시




병마용을 다녀간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


병마용과 관련한 기념품을 판매하는 곳


3호갱 - 듣던 대로 규모도 작고 아직 발굴중이다.


갱도 주변 통로에 이런 유리 전시부스가 몇 개 마련되어 있다.


모형 병사들과 기념사진을 찍어 주는 곳. 개인적인 촬영은 불가




3호갱에서 출발해 2호갱을 거쳐 나왔다. 사실 별로 볼게 없다.


이제 본격적인 병마용 관람을 위해 1호갱으로 들어간다.


병마용 발굴 지역을 보여주는 항공 사진인 듯


드디어 병마용의 위용이 펼쳐졌다.





현재도 계속되는 발굴작업. 시간을 잘 맞추면 실제 작업 모습을 지켜 볼 수 있다고 한다.





1호갱 외부의 휴식공간. 12월임에도 불구하고 가을 운치가 물씬 풍긴다.


진시황릉 병마용 관광지를 관람하는데 대략 2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기대했던 것에 비해서는 조금 아쉬웠으나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광경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관람을 하는 내내 가슴 한 켠 왠지 모를 씁씁함이 느껴졌다.


왜냐하면 진시황은 중국역사 속에 위대한 왕이라기 보다는 폭군으로 분류되는 편인데,

그런 왕의 사후세계를 위해 이런 거대한 진흙 병마 부대가 지키고 있다니...

당시에 이 곳을 만들기 위해 강제로 끌려와 고생했던 민초들의 신음소리가 곳곳에서 들리는 듯 하다.


병마용을 관람한 사람들은 대개 근처에 있는 진시황릉을 잠깐 방문한 후 화청지로 이동한다.

그러나 황릉은 아직 발굴이 유보되어 기껏 작은 구릉하나를 둘러보는 것이 전부이고

화청지는 양귀비가 목욕했던 장소를 재현한 곳에 불과하므로, 나는 별로 갈 생각이 없었다.


그 대신 서안을 찾는 관광객들이 간과하기 쉬운 핫플레이스 - 섬서성역사박문관으로 갔다.

서안 시내에 위치해 있고 일단 신분증(외국인은 여권)만 제시하면 관람료가 무료인데다가

섬서성 일대의 수많은 유적들을 시대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아 역사체험에는 으뜸이다.






섬서성 역사박물관 로비에 있는 거상


섬서고대문명관


이곳 섬서고대문명관을 시작으로 2층까지 하나의 동선으로 쭉 연결되어 있어서

중국고대문명에서 당나라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에 따라 유물들이 일목요연하게 전시되어 있는데,

그 유물들의 가치나 수량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으로서 나는 왠지모를 주눅감이 들었다.


우리는 5천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자랑하지만, 사실, 천년 전의 유물조차 변변찮다.

그러나, 이곳 섬서성역사박물관에서는 은-주시대의 유물(모사품)들이 수도 없이 쏟아진다.

물론 진-한-위진남북조-수-당 시대의 유물은 말할 필요도 없다.


내가 박물관을 찾은 날이 토요일인데다가 마감을 불과 두시간 정도 앞둔 상황이여서 그런지

국내외 관광객들이 초입부터 출구까지 차고 넘쳤다. 게다가 전시실은 매우 어둡고

플래시 사용이 금지되어 있어 사진을 찍기도 어렵거니와 찍은 사진들 또한 영 시원찮다.


길게 이어진 인파의 행렬을 따라 겨우 비집고 유물을 아주 잠깐 감상하고 이동하는 구조여서

사진을 찍을 시간도 없거니와 구도도 안나오고 조명도 어둡다. 그래서 사진을 거의 못찍었다.

게다가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전시된 유물들에 살짝 압도당한 것도 한 이유 일 수 있겠다.


진시황릉을 지키는 진흙 병사들의 얼굴사진 모음


12지신상


숙소로 돌아와 그 앞에서 잠시 담배를 피다가 문뜩 별생각없이 휴대폰 카메라 버튼을 눌렀다.

처음 중국 서안에 도착해서 깜짝 놀란 것 중의 하나가 바로 횡단보도 문화이다.

서안 도심 한복판임에도 불구하고 보행신호등이 없어서 사람들이 무단횡단을 한다.


신호등을 달 예산이 없어서 인지, 아니면 원활한 교통흐름을 위해서 인지는 알 수 없지만,

서안 시내에서 신호등을 찾기가 쉽지 않았고 오히려 시 외곽에서 드문 드문 목격할 수 있었다.

따라서 서안 시민들에게 무단횡단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상 인 것이다.


우리는 흔히 무단횡단이라 하면 무질서와 사고를 떠올리겠지만, 그 혼돈 속에서도 규칙은 있다.

운전자는 반드시 횡단보도 앞에서 서행해야 하고 사람도 차 앞에서 서행해야 한다.

서로가 보이지 않는 밀고 당김 속에 횡단보도 내의 안전이 지켜지는 것이다.


간혹, 위험스러운 중국의 횡단보도 앞에서 마냥 서성이거나, 잠깐의 틈을 포착해 뛰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십중팔구 외국인 관광객일 것이다. 현지인들은 뛰면 오히려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단다.

하지만, 사소한 접촉 사고에도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조심할 수 밖에 없다.





둘째날의 여정은 진시황 병마용과 섬서성역사박물관을 방문하는 것으로 보냈다.

다소 이른 시간에 숙소에 도착했으므로 간단히 저녁을 챙겨 먹고 다시 도심구경을 나섰고

전날 스쳐 지나갔던 서안 성내 관광지를 다시 둘러보는 것으로 일정을 마감했다.